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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루노마스가 부른 뉴진스의 하입 보이

by JKOO 2023. 8.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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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루노마스가 부른 뉴진스의 하입보이

미국의 유명 팝(pop)가수 브루노 마스가 부른 뉴진스의 ‘하입 보이(Hype boy)’를 들어보셨나요? 원곡을 자신만의 방식대로 다시 부르는 노래를 커버곡이라 하는데요. 브루노 마스의 음색이 K팝과 찰떡궁합이라는 평가와 함께 이 커버곡은 유명해졌죠. 해당 영상의 유튜브 조회수는 200만회를 넘었어요. (여기서 확인)

얼마 전 내한 공연을 한 브루노 마스가 국내 팬들을 위해 열심히 한국말까지 배워 노래를 부른 것일까요? 사실 브루노 마스는 직접 하입 보이를 부르지 않았어요. 유튜브에 올라온 건 생성형 인공지능(AI) 기술로 만들어 낸 ‘AI 커버곡’이죠.

3초만 목소리 들려줘, AI 커버곡 만들어 줄게

생성형 AI란 데이터 학습을 통해 직접 새로운 창작물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인공지능을 뜻해요. AI 커버곡은 생성형 AI가 유명 가수의 목소리를 학습한 뒤 다른 음원 등과 합성한 것을 말하고요. 브루노 마스 외에도 수많은 유명 가수들의 목소리를 활용한 AI 커버곡들이 등장했어요. 이런 곡들을 접한 뒤 ‘신선하다’는 반응을 보내는 음악 팬들이 많죠.

오래전 세상을 떠난 가수들의 목소리로 요즘 인기곡을 듣는 일도 가능해요. 걸 그룹 피프티피프티의 ‘큐피드’를 마이클 잭슨의 목소리로 즐기거나, 프레디 머큐리가 윤종신의 ‘좋니’를 커버한 듯한 곡도 들을 수 있죠. 3초 분량의 목소리 샘플만 있으면 학습이 가능하다고 해요.

일부 가수들은 생성형 AI 기술을 접목한 음악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여요. 비틀스(The Beatles) 멤버인 폴 매카트니는 최근 AI 기술을 이용해 먼저 세상을 떠난 멤버 존 레논의 목소리를 담은 신곡을 발표하겠다고 밝히기도 했죠.

내 목소리 왜 마음대로 써?

당장 삭제해! 생성형 AI 기술의 발전이 일부 가수나 음악 팬들에겐 반가운 소식일지 모르지만, 대다수 가수들에겐 심각한 위협으로 보이나 봐요. 목소리 샘플만으로 노래를 뚝딱 만들어 낼 수 있으니까요. 자신의 목소리가 활용된 AI 커버곡이 쏟아지는데, 이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받아내지 못하면 밥줄이 끊길지도 모를 일이죠.

유명 래퍼인 드레이크, 아이스 큐브 등은 본인 목소리를 모방한 AI 음악을 두고 “악마적이다”라고까지 비판했어요. 자신의 목소리가 활용된 AI 커버곡을 삭제해달라고 요청하는 가수들도 적지 않죠.

하지만 사람들은 끊임없이 생성형 AI에 유명 가수들의 목소리를 학습시키고 있어요. 무료로 AI 커버곡을 만들어 주는 웹사이트까지 등장했죠. 이쯤 되니 가수와 음반 제작사들도 흐름을 거스를 순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여요. 이들은 ‘AI 커버곡을 막을 수 없다면, 정당한 대가라도 받아내자’며 움직이기 시작했어요.

영국 유력 언론인 파이낸셜타임스(FT)는 최근 ‘음반 제작사인 유니버설뮤직이 생성형 AI를 활용해 만든 음원으로 수익을 창출하기 위해 구글과 협의하고 있다’고 보도했어요. AI 커버곡을 만들 수 있는 프로그램을 구글과 함께 개발하는 게 목표라고 해요. 곡을 만들기 전에 미리 작곡가와 가수의 허락을 받고, 또 이들에게 정당한 대가가 돌아가도록 계약을 맺을 것으로 보여요.

난 이런 영상은 찍은 적 없다고!

영화나 드라마 같은 영상 콘텐츠 분야에서도 유사한 논란이 벌어지는 중이에요. 최근 미국 할리우드 배우들은 파업에 돌입했어요. 대다수의 할리우드 영화 촬영이 중단됐고, 이미 제작이 완료된 영화의 홍보 행사나 각종 시상식도 차질을 빚고 있죠.

얼마 전 개봉한 영화 ‘오펜하이머’ 시사회에선 맷 데이먼과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등의 주연배우들이 파업에 참여하기 위해 행사 도중 자리를 뜨기도 했어요. 이번 파업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이 5조원이 넘을 거라는 전망도 나왔어요.

이들이 파업을 결심하게 만든 주된 이유 역시 생성형 AI 기술이에요. 이 기술을 활용하면 어렵지 않게 배우들의 영상을 생성해 낼 수 있거든요. 지난 2021년에는 한 러시아 기업이 생성형 AI로 배우 브루스 윌리스의 얼굴을 합성한 광고를 공개해 논란이 일기도 했어요. 해당 기업은 치매로 은퇴한 브루스 윌리스의 동의를 받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죠.

러시아 기업의 광고 영상에 등장한 브루스 윌리스. 실제 촬영된 것이 아닌, 생성형 AI 기술로 얼굴을 합성해 만들어진 영상

할리우드 배우 단체의 주장에 따르면 넷플릭스나 워너브라더스 등의 거대 제작사들은 최근 인지도가 높지 않은 일부 배우들에게 섬뜩한 내용의 계약을 제안했다고 해요. 배우의 모습을 스캔하고 그 이미지를 활용해 AI 기술로 영상을 생성하겠다는 건데요. 스캔하는 날 하루치의 급료만 주고, 이후로는 아무런 추가 보상 없이 무제한으로 스캔한 이미지를 사용하겠다는 내용이죠.

배우들은 절대로 이런 형태의 계약이 맺어져선 안 된다고 주장해요. 추가 출연료를 주지 않아도 배우들을 원하는 대로 영상물에 등장시킬 수 있는 계약이잖아요. 배우들은 합리적인 출연료를 지급하는 가이드라인이 마련돼야 한다고 요구하죠.

출연료만 해결된다고 문제가 사라지는 건 아니에요. 배우가 원하지 않는 모습까지 AI로 생성해 내면 배우의 이미지가 심각하게 훼손될 수도 있죠. 이를 막을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게 배우들의 입장이에요.

우린 한 푼도 못 받을지 모른다고!

생성형 AI는 가수나 배우들만의 걱정거리가 아니에요. 현재 할리우드 배우들은 작가들과 동반 파업을 하고 있어요. 작가들은 AI 기술이 그들의 일자리를 빼앗을 것이라고 걱정하죠. 여러 명의 작가들이 달라붙어 길게는 수년씩 걸려서 써내던 영화·드라마 대본이 이젠 생성형 AI로 순식간에 그럴듯하게 만들어지거든요.

생성형 AI는 수없이 많은 기존 창작물을 학습한 뒤, 이를 편집하고 조합하는 방법으로 결과물을 만들어 내요. 대본을 쓸 때도 마찬가지인데요. 할리우드 작가들은 이 과정이 ‘짜깁기’나 다름없고, 이렇게 만들어진 대본은 표절에 해당한다고 주장해요.

만약 표절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작가들은 생성형 AI가 닥치는 대로 자신들의 대본을 학습 자료로 사용하는 건 문제라고 지적해요. 그나마 배우들은 이미지를 스캔할 때 하루치 일당이라도 받겠지만, 작가들은 자신들의 대본이 인공지능의 학습 자료로 쓰여도 대가를 지급받기가 어렵거든요.

할리우드 작가들은 생성형 AI가 인간이 쓴 기존 대본들을 학습하는 걸 금지하든지, 학습에 사용된 시나리오를 만든 작가들에게 정당한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고 주장해요. 이에 대한 명확한 기준과 규제가 확립될 때까지 파업을 계속하겠다는 입장이죠.

국내에서도 웹툰 분야를 중심으로 인공지능 저작권 관련 논란이 격화하는 중이에요. 지난 5월에는 네이버에 연재되는 한 웹툰의 작가가 일부 그림에 생성형 AI를 활용했다는 것이 알려졌어요.

웹툰 작가들과 팬들은 ‘도둑질로 만든 웹툰에 반대한다’며 강도 높게 비판했어요. 동의를 받지 않고 수없이 많은 작품을 학습한 인공지능이 만든 웹툰은 생태계를 파괴할 것이라는 논리죠. 생성형 AI로 뚝딱 웹툰을 만들어 돈을 벌 수 있게 되면, 누가 힘을 들여 그림을 그리겠냐는 거예요.

미국에서도 화가들이 생성형 AI를 개발한 회사에 집단 소송을 제기한 상태예요. 이들은 AI가 이미지를 학습하는 과정에서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지 않고 자신들의 작품을 훔쳐 썼다고 주장하고 있어요.

AI가 만들었다고? 돈 못 줘!

만약 AI의 학습 과정이 정당하게 이뤄졌다고 해도 논란의 소지는 남아있어요. AI가 만들어 낸 창작물의 저작권을 인정해야 하느냐는 문제인데요. 우리나라 저작권법은 ‘저작물’을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이라고 정의해요. 창작물을 만들어 낸 주체가 인간일 때만 저작권을 인정받을 수 있는 거죠. 다른 나라들의 법도 크게 다르지 않고요.

만약 저작권을 보유할 수 있는 주체의 범위를 AI까지로 확대한다고 해도 논란은 끝나지 않아요. AI가 인간의 사상이나 감정을 이해하고 표현할 줄 안다고 인정해야 하니까요. 이걸 인정하는 순간 더 이상 예술은 인간의 전유물이 아니게 되는 거예요. 창작의 분야에서만큼은 인간과 AI의 경계가 아주 모호해지는 건데요. 어느새 시작돼 버린 듯한 AI의 시대, 부작용 없이 기술 발전의 혜택을 누리는 건 과연 가능할까요?

 

출처 '파고파는 경제소식 디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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