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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프란시스코와 미국의 참담한 현실

by JKOO 2023. 9.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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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프란시스코 노숙자촌

지금의 샌프란시스코를 만든 건...  

지난 12일 샌프란시스코에서 세일즈포스의 ‘드림포스’라는 행사가 열렸었습니다. 노숙자들이 어슬렁거리던 모스코니 센터 주변이 깨끗하게 치워져있었어요. 다운타운에만 가면 느낄 수 있는 노숙자들의 악취도 사라져있었어요. 마침 날씨도 맑아서 샌프란시스코라는 도시의 매력이 느껴졌습니다. 알고 보니 ‘드림포스’ 기간 중에 문제가 발생할 경우 샌프란시스코에서 행사를 중단하겠다고 마크 베니오프 CEO 가 밝힌 이후 시 차원에서 노숙자들을 다른 지역으로 옮기고 거리를 깨끗하게 청소했다고 해요. 모처럼 샌프란시스코 도심이 정상적인 모습으로 돌아온거죠.

그렇다면 그동안에는 왜 샌프란시스코 도심을 노숙자들이 차지하도록 방치한 걸까요? 왜 이곳에서 공공연하게 마약을 투약하고 거래하도록 놔둔걸까요? 인구 80만명에 불과한 샌프란시스코에 7700명이나 되는 노숙자들이 몰려든 이유는 무엇일까요? 오늘 이야기는 샌프란시스코 정치개혁을 준비하는 여러 시민단체들의 이야기를 전달하는 것임을 먼저 알려드려요. 

노숙자를 강제로 쫓아내는 것은 어렵다고 해요

"노숙자들은 자본주의가 만든 피해자다" 

먼저 샌프란시스코 시가 노숙자들을 강제로 퇴거시키려고 하자 ‘노숙자 연합’이라고 하는 시민단체가 이를 저지했어요. 노숙자들에게 안전한 숙소를 제공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이들을 쫓아내는 것은 ‘반인권’적인 행동이라는 것. 이를 미국 연방법원에 제소했고, 법원이 이를 받아들이면서 샌프란시스코 시는 노숙자들을 강제로 퇴거시키지 못하고 있었어요. 드림포스 행사기간 중 노숙자들을 움직인 것은 일종의 임시조치.

미국의 큰 도시마다 노숙자들이 있는데요. (서울도 마찬가지) 시민단체 뿐만 아니라 민주당은 이들을 빈부격차에 따른 피해자로 보고 있어요. 지나치게 높은 집값과 의료비용으로 인한 피해자로 보는거죠. 그래서 이들을 보호하고, 이들이 ‘저렴한 주택’을 얻을 때까지는 이들을 몰아내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반면 공화당을 비롯한 보수적인 이들은 노숙자들을 개인의 문제라고 보고 있어요. 그래서 플로리다 주 같은 곳은 캘리포니아와 달리 노숙자들을 무자비하게 몰아내고 있죠. 미국에서 홈리스 문제는 1-2년 된 문제가 아니라 아주 오래된 문제에요. 샌프란시스코의 경우 코비드19를 경험하면서 노숙자의 숫자가 크게 늘어났고, 이들이 사람들을 불안하게 만들고 경제에도 타격을 주면서 시민들의 인내심이 마침내 한계에 도달하고 있어요. 

'발의안47'과 범죄도시

노숙자 만큼이나 샌프란시스코의 심각한 문제. 바로 차량도난과 상점털이인데요. 주차된 차량의 유리창을 깨고 물건을 훔쳐가는 일이 너무나 빈번해서 ‘차량에 물건을 두지 말라’는 것이 샌프란시스코에서는 상식이에요. 노상주차뿐 아니라 경비원이 있는 유료주차장에서도 빈번하게 벌어지는 일. 뿐만 아니라 일반 상점에 있는 물건을 훔쳐가는 일도 자주 일어나는데요. 샌프란시스코 시내의 큰 매장에 들어가면 진열장 전체를 자물쇠로 잠궈놓는 경우가 많아요.

이런 만연한 범죄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것이 2014년 캘리포니아주에 도입된 ‘발의안47(Prop47)’이에요. ‘안전한 이웃과 학교법’이라는 이름으로 캘리포니아 주민투표를 거쳐 통과된 이 법은 950달러 이하의 절도는 경범죄로 분류하는 법이에요. 쉽게 말하면 130만원 이하로 물건을 훔치면 감옥에 안 가고 벌금만 내면 된다는 뜻이에요. 자동차 유리창을 깨서 물건을 훔쳐가고, 상점의 물건을 태연하게 훔쳐가는 이유는 여기 있다고 시민단체들은 주장하고 있어요. 

 사실 발의안47 는 좋은 의도에서 만들어진 법이에요. 경범죄임에도 불구하고 너무 많은 사람들을 감옥에 가두게 되고, 이들을 수용할 시설이 부족하게 되자 이 돈을 아껴서 학교에 투자하자는 좋은 취지였어요.

이 법은 캘리포니아 주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데요. 샌프란시스코 같은 경우 범죄에 상대적을 관대했기 때문에 더 경범죄가 폭증하고 있다는 설명이 있어요. 샌프란시스코는 중범죄(살인, 강도, 폭행)는 미국 평균보다 낮지만 도난과 차량도난은 미국 평균보다 41%나 높아요. 

발의안47은 마약단속에도 영향을 미쳤는데요. ‘마약 소지’도 경범죄로 분류가 되었거든요. 물론 마약을 소지했다는 것만으로 감옥에 가두는 것은 과도하다고 볼수도 있죠. 문제는 마약소지가 경범죄로 분류되면서 마약 중독자들을 강제로 재활시설에 넣을 수 있는 근거가 사라졌다고 해요. 안 그래도 미국에서 펜타닐이 퍼지면서 마약 중독자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데 이들을 관리할 방법도 없어졌다는 설명. 샌프란시스코는 경찰인력도 부족해요. 전체 정원의 75% 정도만 지금 충원되어있는데 경찰에 적대적인 정치인들이 경찰 예산을 줄이려고 하기 때문이라고.

'성장'보다는 '규제와 보존'  

샌프란시스코에 노숙자가 많은 이유로 꼽히는 ‘높은 집값’. 시민단체들은 샌프란시스코의 잘못된 주택정책이 높은 집값의 원인이라고 설명해요. 샌프란시스코 시내에 가보면 아주 낮은 층의 주택들만 있는데요. 샌프란시스코에서 4층 이상의 건물을 지으려면 아주 복잡한 규제를 통과해야한다고 해요. 이 규제는 1980년대 샌프란시스코의 아름다운 경관을 보존하기 위해서 도입되었어요. 문제는 이 규제가 계속되면서 신규주택의 공급이 매우 어려워졌어요. 올해들어 캘리포니아 산호세 시에 1448건의 신규주택 건설이 허가된데 반해, 샌프란시스코는 182건에 그쳐요. 두 도시의 인구가 각각 80만명, 101만명이라는 걸 감안하면 엄청난 격차죠.

정리하자면,


노숙자 문제 : 노숙자에 온정적인 정치인과 시민단체

 

상점과 차량 도난 문제 : 2014년 내놓은 발의안47

 

마약 문제 : 발의안47 과 약해진 경찰력

 

높은 집값 : 개발을 억제하고 신규 주택 공급 막는 정책

정치개혁을 요구하는 시민단체들의 주장은 이렇게 요약해볼 수 있어요. 물론 이런 내용들은 그들의 '주장'이에요. 발의안47 이 폭증하는 도난문제의 원인이 아니다라는 설명도 있어요.

"급진좌파가 도시를 망치고 있다"  

캘리포니아는 미국에서 민주당이 가장 강한 지역 중 하나에요. 샌프란시스코는 이중에서도 가장 진보적인 색채가 강한 도시. 샌프란시스코 시는 정당을 묻는 것이 무의미할 정도로 모두 ‘민주당’ 소속이에요. 다이앤 페인스타인 캘리포니아 상원의원,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 카말라 해리스 부통령 등 거물 급 정치인들이 모두 SF에 정치적 뿌리를 두고 있죠.

그렇기 때문에 정치개혁을 추진하는 시민단체도 공화당이 아닌 민주당 지지자들이에요. 시민들은 과격한 이데올로기에 경도된 정치인이 아니라 현실적인 문제를 해결해줄 민주당 소속 정치인을 당선시키기 위해서 뛰고 있어요. 그들은 특히 급진적(Progressive)인 정치인들이 시의회를 장악하고 비영리단체들과 결탁해 도시를 마음대로 주무르고 있다고 보고 있어요. 이같은 운동은 샌프란시스코 인구의 다수를 차지하는 중국계(22%)와 테크기업 종사자들이 주도하고 있는데요. 실리콘밸리의 유명 엑설러레이터인 와이콤비네이터의 개리 탄 CEO, 세콰이아캐피탈의 마이클 모리츠가 이런 시민단체를 후원하는 기업인들이에요.

테크업계의 지원을 받은 시민단체로부터 공격받는 급진성향의 정치인과 시민단체들은 '갑부'들이 돈으로 샌프란시스코의 민주주의를 파괴하고 있다고 반발하고있어요. 

지금 당장 선거가 치뤄진다면 트럼트 전 대통령이 당선됩니다

공화당 대통령 후보 '비벡 라마스와미'

이번엔 미국 민주당이 아닌 공화당의 얘기를 해보려고하는데요. 😁 현재 공화당은 2024년 대통령 선거에 나갈 후보를 뽑고 있어요. 트럼프 전 미국대통령은 이 경선에 나오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50%가 넘는 지지율을 얻고 있어요.

 

경선에 참여하고 있는 나머지 후보들 중 특이한 후보 한 사람이 있는데요. 바로 인도계 미국인 사업가인 비벡 라마스와미. 1985년 미국에서 태어난 인도계 이민 2세대. 하버드대학교 생물학과와 예일대학교 법학 박사학위를 받았고 바이오 분야 투자와 사업을 통해서 큰 돈을 벌었다고 해요.

 

인도출신이고 힌두교도인 라마스와미가 공화당의 대선 경선에 나서는 것도 신기한데 그의 정치성향은 더 신기해요. 여러 후보들 중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을 가장 강력하게 지지하는데다가 기본 선거연령 상향,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타협, 총기소유지지, FBI 해체, 연방정부 공무원 절반감축 등 엄청나게 극우적인 정책을 내세우고 있어요. 기후변화는 거짓말이고, 대만을 중국으로부터 보호하지 않겠다고 말하는 등 현재 바이든 정부와는 완전히 상반된 생각을 갖고 있죠. 하지만 이런 모습은 라마스와미 뿐만 아니라 다른 공화당 후보들도 마찬가지. 모두 트럼프와 트럼프 지지자들의 눈치를 보고 있기 때문이에요.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후보로 나오지 않더라도 트럼프 대통령 못지않은 생각과 공약을 내건 후보가 공화당의 대선후보가 될 것 같아요. 😪

극단적 정치의 무게추  

비벡 라마스와미의 이야기 중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은 미국의 ‘건국의 아버지(founding fathers)’의 정신을 되찾아야한다고 주장하는 것이에요. 건국의 아버지는 조지워싱턴, 토마스제퍼슨 같이 1776년 미국독립을 이끌었던 사람들을 말하는데요. 백인도 아니고, 기독교도도 아니고, 이민 2세대인 라마스와미가 ‘미국의 설립정신’을 강조하는 것이 신기했거든요. 🤔

그런 점에서 미국이라는 나라가 지금 그 어느 때보다 ‘분열’되어있고 ‘공통된 가치’가 사라졌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샌프란시스코 사례처럼 극단적인 진보세력과 트럼프나 라마스와미 같은 극단적인 보수세력이 존재하는 것이 지금의 미국이고, 마치 저울의 양쪽 무게추가 평형을 이루는 것처럼, 트럼프 대통령이 높은 지지율을 얻을 수 있는 것은 그 반대편에 있는 급진적인 정치세력이 미국에 존재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해보게 되었어요. 

미국의 유명한 싱크탱크인 외교협회(Council on Foreign Relations)의 리처드 하스 전 회장은 퇴임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남겼어요.

‘글로벌 안보의 가장 큰 위협은 미국 그 자신이다.’

좌우로 분열되어있고, 누가 대통령이 될지 알 수 없는 미국이야말로 가장 큰 불안요인이라는 거죠. 

 

미국과 샌프란시스코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요? 주의깊게 지켜봐야 할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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