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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시경제 이야기

네옴시티와 빈 살만에 관한 모든것 (feat. 실현가능성)

by JKOO 2023. 9.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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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과 환상의 도시, 네옴시티 

먼저 네옴시티에 대해 간략히 정리해 보겠습니다. 네옴시티는 2017년 10월 24일, 사우디아라비아의 빈 살만 왕세자가 사우디에서 개최된 ‘미래투자포럼(FII)’에서 처음 언급합니다. FII는 빈 살만이 스위스 다보스 포럼을 벤치마킹해 만든 행사예요.

발표에 따르면 빈 살만은 사우디 북서쪽에 있 타북 지역 2만6500㎢ 부지의 땅에 5000억 달러, 우리 돈 660조원을 투자해 네옴시티를 건설하겠다고 합니다(기사).

축구장 한 개 크기가 약 0.7㎢(7000㎡)이니 단순 계산으로 축구장 3만7857개의 면적에 달합니다. 가늠이 잘 안되네요. 서울시의 면적이 약 605㎢이니 서울시 43.8개의 면적이에요. 경기도 면적은 1만196㎢, 대략 경기도 두 개를 붙인 도시를 만들겠다는 계획이네요. 엄청나죠.

 투자금 660조원에는 빈 살만의 돈만 포함된 게 아닙니다. 사우디국부펀드(PIF)를 비롯해 해외 투자금을 모두 합한 금액입니다. 비교해볼게요. 롯데월드몰&타워의 총 건설비용이 3조8000억원(여기)입니다. 단순 계산으로 롯데타워를 약 220개 지을 수 있는 비용. 이렇게 비교하니, 660조원이 적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경기도 두 개 지역을 뒤엎는데 롯데타워 200개라...

 하여튼, 네옴시티 안으로 들어가 보겠습니다 네옴시티는 ‘신달라’ ‘더라인’ ‘트로제나’ ‘옥사곤’이라고 하는 4개 지역으로 크게 나뉘어져 있어요. 신달라부터 짧게 각 지역의 특징에 대해 살펴볼게요.

신달라의 전반적인 조감도
신달라에 지어질 호텔 입구
꼭 한번 가보고 싶습니다.

초호화 관광지, 신달라

신달라는 홍해에 있 ‘섬’입니다. 네옴시티 홈페이지에(여기)는 신달라가 가장 먼저 소개되고 있는데요(84만㎡), 가장 먼저 완공되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신달라는 2024년 초 오픈합니다. 이미 홈페이지에서 방문 등록을 할 수 있어요. 가격은 따로 나오지 않았습니다.  

이곳은 초호화 관광 섬인데요, 지중해, 홍해에 접해있고 유럽, 아시아, 미국 등에서도 접근이 가능합니다. 오픈을 빨리하는 만큼 비교적 상세한 계획이 공개돼 있어요. 3개의 ‘초호화 럭셔리 호텔’에는 88개의 빌라, 413개의 객실, 333개의 서비스 아파트가 만들어집니다. 이 밖에 요트, 골프장, 스킨 스쿠버를 비롯한 다양한 스포츠를 즐길 수 있고 51개의 럭셔리 쇼핑몰도 들어선다고 합니다.

 신달라의 의미는 상당히 큽니다. 네옴시티 중 가장 먼저 대중에게 공개되는 만큼 네옴시티의 향후 투자에 영향을 미칠 수 있거든요. 사진으로 보여준 신달라의 매혹적인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는 게 무엇보다 중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설명이 필요없는, 네옴시티의 핵심 '더라인'의 조감도
가까이서 보면 이런 모습
가능한 건축물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네옴시티의 핵심, 더 라인

이제 소개해드릴 곳은 ‘더라인’입니다. 네옴시티 이야기할 때 많이 나오는 직선도시에요. 기다란 직선 도시의 높이는 500m, 너비는 200m입니다. 그리고, 길이는 무려 170km로 설계하고 있다고 해요. 900만명이 거주할 수 있는 도시라 합니다. 

서울에서 강릉까지 직선거리가 168km입니다. 즉 한반도를 가로지르는 길이의 건축물이라는 얘기에요. 하지만 이곳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도보 2분 이내에 ‘자연경관’에 접근할 수 있으며 모든 일상 필수품은 도보로 5분 이내에 얻을 수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도시 끝에서 끝을 20분 내로 오가는 고속철도 만들어진다고 해요.

서울로 빗대어 표현하면 주요 지하철역 인근에 있는, 편의시설이 가득한 대단지 아파트 단지를 떠올리면 될 것 같아요. 이런 아파트 단지가 170km 이어져 있다는 거죠. 직선형 도시를 설계한 이유는 간단합니다. ‘압축적인 도시’를 만들어야 주변 자연 훼손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에요. 더 라인에서 사용하는 에너지는 모두 재생에너지로 탄소 배출이 없다고 하네요. 

더라인에서 고속철을 타고 갈 수 있는 초호화 관광지 트로제나
2029년 동계 아시아올림픽이 개최 될 트로제나의 스키장
역시 꼭 한번 가보고 싶은 관광지입니다.

초호화 관광단지 트로제나

트로제나는 더라인에 거주하는 사람들이, 그리고 전 세계에서 네옴시티를 방문하는 사람들이 찾을 수 있는 관광단지입니다. 트로제나의 면적은 60㎢라고 합니다. 경기도 안양시(58㎢) 크기네요.

 신달라가 섬이라면 트로제나는 내륙에 있어요. 고도가 1500m~2600m에 달하는 만큼 인근 지역 대비 시원하고 겨울에는 종종 눈발이 날리기도 한다고 합니다. 현재 사우디는 2029년 동계 아시안게임을 트로제나에서 치르겠다는 목표를 추진하고 있는데요, 이미 UAE에 실내 스키장이 존재하는 만큼 인공눈을 만들어서 스키장을 뒤덮는다면 불가능한 일은 아닙니다.

사우디는 슬로프의 길이가 36km에 달하는 스키장을 트로제나에 만들고 3620개에 달하는 호텔 객실과 서비스 아파트도 만든다고 합니다. 물론 더 라인과 트로제나를 잇는 고속철도도 만들고요.

거주하고 놀았으니 이제 일해야겠죠. 이곳은 옥사곤입니다. 바다와 인접해 있는 첨단 산업 단지
네옴시티가 들어서는 지역은 아시아, 미국, 유럽을 모두 이을 수 있어요. 전략적인 선택으로 보입니다.
옥사곤의 사진은 다른 지역보다 '신기함'은 떨어집니다. 이곳은 첨단 과학기술을 연구하는 곳이기도 합니다.

산업, 연구, 물류 책임질 옥사곤

거주지, 관광지가 있으니 이제는 네옴시티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산업’이 나올 차례입니다. 팔각형 형태의 도시 ‘옥사곤’이 이를 책임집니다.

 재생에너지와 관련된 산업 생태계 조성, 탄소제로의 첨단 모빌리티 제조, 스마트 제조, 지속가능한 미래 식품 연구개발(R&D), 사물인터넷, 인공지능, 우주... 즉 ‘첨단’ 산업을 개발하고 이를 사업화하는 일종의 산업단지에요. 현재 네옴시티 홈페이지에는 이곳에서 일할 수 있는 ‘인재’ 발굴에 나서고 있습니다. 조건이 까다로워요. 학사학위, 사우디 시민, 평균 학점은 4점 만점에 3.5 이상(전 오지 말라고 하네요😡), 마이크로소프트 기술(워드, PPT를 말하는 것 같아요)에 능해야 하며, 네옴으로 이전하려는 의지까지 있어야 하네요. 가고 싶으신가요!

 또한 수에즈 운하에 인접해 있는 만큼 유럽, 미국, 아시아 등으로 연결된 항로와 가깝습니다. 물류의 중심이 될 수 있다는 거죠. 이를 위해 사우디는 옥사곤에 기술적으로 가장 진보적인 항구를 만들 계획이라고 합니다.

네옴시티를 만들어 낸 비전 2030 

네옴시티에 대해 간단히 알아봤습니다. 사진만 봐도 입이 떡 벌어집니다. 계획대로 만들어진다면 한 번 쯤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사우디는 네옴시티를 2030년까지 완공한다는 계획인데요, 먼 미래처럼 보이지만 이제 7년이 채 남지 않았습니다. 이미 공사는 시작했다고 하는데(기사와 사진), 사우디의 의도는 무엇일까요.

네옴시티는 사우디가 2016년 발표한 ‘비전2030’과 그 뜻을 같이합니다. 네옴시티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비전2030을 살짝 살펴봐야 합니다. 역시 간단히 정리해 볼게요.

 

1930년대, 사우디 동부 다란 평원에서 석유가 발견되면서 사우디는 소위 말하는 ‘대박’을 칩니다. 땅을 파니 돈이 나왔던 셈이죠. 그런데 석유가 가진 ‘파워’가 예전만 못합니다. 전 세계가 석유 의존도를 탈피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기 때문이에요. 선진국을 중심으로 추진하고 있는 ‘탄소중립’이 대표적입니다. 탄소를 덜 배출하기 위해서는 석유 사용량을 줄여야 하고(석유는 탄소와 수소로 이루어져 있어요!), 이러한 상황이 이어진다면 유가는 떨어질 수밖에 없어요. 사우디의 ‘힘’이 약화되는 것입니다.

사우디는 이미 2000년대 초반부터 석유 의존도가 높은 산업구조를 전환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를 해왔습니다. ‘장기전략 2024’가 대표적이에요. 하지만 2015년 저유가에 따라 재정수입이 감소하면서 흔들립니다. 

 아래 표를 보시면, 당시 사우디의 상황이 얼마나 좋지 않은지 알 수 있어요. 경제성장률은 널을 뛰고 외환보유고도 하락세에 있어요. 당시 서방 국가들이 사우디의 경쟁국이기도 한 이란에 대한 제재를 완화하면서 사우디의 상황은 더욱 나빠집니다(대외경제정책연구원 보고서).

사우디의 외환보유액 변화. 2015년을 정점으로 빠르게 하락합니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그냥 "뭔가 좋지 않다"는 느낌이 들죠. 아래는 경제성장률이에요.
사우디의 GDP입니다. 2014년을 기점으로 주춤합니다.
위는 원유 가격 변화에요. 2014년을 정점으로 하락합니다. 회복하는가 싶더니 2020년 코로나 발발로 추락합니다. 이후 다시 오르죠. 석유 의존도가 높은 사우디. 가격이 이렇게 널을 뛰면 제대로 나라 운영이 가능할까요. 잘 모르는 제가 봐도 쉽지 않아 보여요. 여전히 석유가 사우디 경제에 차지하는 비중은 70%가 넘어간다고 합니다.

무엇보다도, 2015년 1월 사우디의 국왕인 압둘라 빈 아지즈 국왕이 서거하고 이복동생 살만 빈압둘 아지즈가 새로운 통치자에 오릅니다. '정권교체'가 된 거예요. 정권이 바뀌고 새 '왕'이 자리에 앉았는데, 나라의 각종 지표가 좋지 않다? 뭔가 해야 하는 상황이었죠. 

2011년 아랍의 봄 영향과 함께 주변국의 정권 교체가 이뤄졌고, 왕정국가인 사우디 역시 이를 불안 요소로 인식하고 있었습니다. 청년 실업률 또한 높은 상황이 이어지면서 사우디 정부는 “이대로 있으면 안되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렇게 새 왕의 '지휘(?)' 아래, 2016년 4월, 빈 살만이 전방에 나서 '비전2030'을 발표합니다. 비전2030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담겨 있어요. 아람코 지분 일부를 상장하고, 국부펀드를 조성해 국내외 투자에 활용하고, 석유 의존적인 경제구조에서 탈피, 관광산업 활성화, 금, 은, 구리와 같은 광물 산업 확대, 실업률을 낮추고 신재생에너지 투자 등...

결론은, 석유의 시대가 막을 내리기 전에 사우디가 돌파구를 찾겠다는 겁니다.

또한 야심찬 국가, 번영하는 경제, 활기찬 사회라는 3대 원칙을 기반으로 다양한 사회적, 문화적 변화에 나섭니다. 그동안 사우디는 '왕정국가' '절대국가' '이슬람국가'라는 이미지가 너무 강했는데, 이를 바꾸겠다는 거예요.

대표적인 사례로 여성 운전 허용과 여성 노동을 장려하고, 남성을 후견인으로 둬야 하는 제도의 폐지를 꼽을 수 있어요. 여성 실업률은 비전2030 발표와 함께 뚝 떨어지는 효과가 나타납니다. 아래처럼요. 2022년 기준 사우디의 여성 노동 참여율은 37%에 달합니다.

사우디의 여성 실업률입니다. 2015년을 기점으로 낮아지는 추세예요.

비전2030을 '눈'에 보이게... 네옴시티

네옴시티는 비전2030이라는, 다소 방대하고 어떻게 보면 모호할 수 있는 정책에 '힘'을 불어 넣을 수 있는 프로젝트입니다. 

 

"우리는 천문학적인 돈을 투자해서 살기 좋은 나라를 만들거야. 첨단 R&D에 많이 투자할 거고, 관광산업도 활성화할 거야. 새로운 광물도 캘 거고. 석유가 없어져도 걱정하지마. 인권도 존중해. 여성의 운전도 허용했잖아. 우리는 점점 나아질 거야!"라는 게 사우디의 계획이에요. 이 계획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눈에 보이는' 무언가를 보여주고 싶은 거죠.

 

그래서 비전2030을 발표하고 난 뒤 1년 만인 2017년 네옴시티가 세상에 모습을 드러냅니다. 네옴시티 홈페이지에는 네옴시티가 추구하는 비전과 가치를 이렇게 설명하고 있어요. "최고의 정신, 최고의 인재가 아이디어를 구현하고 세상의 경계를 뛰어넘는 미래의 땅." "인류 진보의 가속을 위해 인권 존중의 중요성을 추구." 비전2030이 가진 목표가 모두 녹아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2017년 빈 살만 왕세자가 네옴시티를 발표하고 있는 모습. 비전2030, 네옴시티 등 사우디의 명운이 걸린 사업을 빈 살만이 도맡고 있습니다.

네옴시티를 이끄는 자, 두 얼굴의 빈 살만

비전2030도 그렇고, 네옴시티 발표 모두 지금부터 이야기할 '빈 살만'이 그 중심에 있었습니다. 언론에 자주 등장해서 그럴까요. 이제는 너무 낯이 익은 얼굴의 빈 살만은 어떤 사람일까요. 

1932년 설립된 사우디는 왕정국가예요. 사우디의 통일(?)과 세습을 보면 과거 고려, 조선시대가 떠오릅니다. 형제도 많고 자식도 많고, 부인도 많습니다. 이름도 복잡해요.

간단히 정리하면 2015년 현재 국왕인 빈압둘 아지즈가 왕(당시 나이 80세)에 오릅니다. 빈압둘 아지즈는 왕에 오른 뒤 이복 조카를 왕세자(차기 계승자)로 임명합니다. 그리고 아들(세번째 부인과의 사이에서 낳은 장남)인 빈 살만을 '제2 왕세자'로 올려요. 형제 계승이 이어지던 사우디의 세대교체를 알린 거죠. 

곧바로 자신의 아들(빈 살만)을 왕세자로 임명하기는 쉽지 않았을 거예요. 말씀드렸다시피 가족관계가 너무 복잡하거든요. 일단 형의 아들을 왕세자에 올려 분위기를 보고, 자신의 아들이 올라올 수 있는 그림을 그린 게 아닌가 싶어요. 

전쟁, 숙청...언론인 살인까지?

2015년 아빠가 왕에 오른 뒤 빈 살만은 국방부장관에 임명됩니다. 그리고 예맨에 공권력을 투입, 예맨 전쟁을 일으키죠. 작전명 '단호한 폭풍 작전(Operation Decisive Storm)'입니다. 당시 빈 살만의 이러한 행보에 대해 "매파인 아버지(국왕)의 신임을 얻기 위한 행동"이라는 분석이 많았어요. 

2017년 6월 드디어 빈 살만은 왕세자로 임명됩니다. 곧이어 '숙청'이 시작됩니다. '부패척결'의 일환으로 재계 고위 인사를 비롯해 왕가 인사 약 500여명을 체포했죠. 5성급 호텔에 감금했다고 하는데요, 나중에 이곳에서 구타가 있었다는 보도도 나왔습니다. 부정부패를 척결한다는 말로, 기존 세력에게 자신의 힘을 보여준 거죠.

그리고 아래, 사우디의 사형집행 통계에요. 2015년 이후 빠르게 증가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2020년 코로나의 영향으로 보이는데요, 잠시 주춤하는가 싶더니 지난해부터 다시 증가하고 있어요. 유럽 사우디인권기구(ESOHR)는 "미성년자뿐 아니라 반정부 시위 참여 등의 죄목으로 사형이 집행되고 있다. 빈 살만이 반대파의 입을 막기 위해 사형을 활용하고 있다"고 비판합니다. 

사우디의 사형집행 횟수. 2015년 이후 꾸준히 확대됐습니다.

그리고 전 세계를 경악시킨 2018년 '자말 카슈끄지 암살 사건'을 일으킵니다. 사우디를 비판한 워싱턴포스트의 칼럼니스트 자말 카슈끄지를 암살한 것인데, 미국은 빈 살만의 지시라고 결론내려요.
이러한 사례 때문에 파이낸셜타임즈. 워싱턴포스트와 같은 많은 서방 언론은 네옴시티를 이야기하면서 "디스토피아가 될 것" "폭정의 토대 위에 건설될 것"과 같은 비판을 쏟아냅니다.
다만 빈 살만은 과거 인터뷰에서 "나는 그를 살해하라고 명령하지 않았다. 그의 기사를 읽어본 적이 없다. 만약 우리가 그런 식으로(비판적인 글을 쓰는 사람을 살해) 일했다면 그는 상위 목록 1000명에도 들지 못했을 것이다"라고 이야기합니다. 

2015년 사우디 왕가 가계도입니다. 맨 아래, 오른쪽에서 두 번째가 바로 빈 살만이에요. 같은 라인에 있는 모든 사람이 그의 경쟁자였습니다. 지금은 모두  제거 아니  물러났죠.

사우디 MZ세대는 나의 편

숙청을 통해 어느 정도 힘을 보여준 빈 살만은 2017년 11월 네옴시티를 발표합니다. 빈 살만은 현재 고령인 국왕이 서거하면 사우디 왕에 오를 거예요. 물론 지금도 고령인 왕을 대신해 '총리'로써 사우디를 이끌고 있지만요.

그의 나이는 38세에 불과합니다. 사우디 국왕이 대체로 80~90세까지 국왕을 유지했던 만큼, 앞으로 약 40년은 그의 세상일 듯 해요. 아참, 제가 그의 재산을 말씀 안 드렸네요. 정확한 자산은 공개된 적 없지만 대략 2조달러, 우리 돈 2600조원 이상을 보유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어요... 네, 그렇다고 합니다. 

하여튼, 앞서 사우디는 1932년에 시작한 국가라고 말씀드렸는데요, 100주년이 2032년이에요. 아마 그때쯤이면 빈 살만이 '세자'를 떼어내고 '국왕'이 되어 있을텐데요, 자신이 2017년부터 그림 그려왔던 비전2030과 네옴시티의 성공이 그 무엇보다 필요할 거예요. 비전2030, 네옴시티가 성공해야만 향후 30년, 40년이 될지 모르는 자신의 지위가 탄탄해지니까요. 

장기 집권을 바라보는 그는 인기 관리도 힘쓰고 있어요.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여성의 권리를 강화하는 다양한 대책을 시행하고 있을 뿐 아니라, 공개석상에서 "여성은 절대적으로 평등하다"는 말을 남기기도 합니다. '히잡'과도 같은 '아바야'를 벗게 했을 뿐 아니라 2018년에는 영화관 출입도 합법화해요. 

이러한 개혁적인 성향이 사우디 젊은 층을 자극합니다. 전쟁을 일으키고 경쟁자를 숙청하고, 살인 집행률은 높아만 지는데 중동에서 진행된 설문조사에 따르면 사우디 18~24세 국민 중 90%가 빈 살만의 리더십을 지지하고 있어요. 또한 그가 국가를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 것으로 믿고 있다고 합니다.

현대건설이 만든 카타르 국립박물관. 금세기 최고의 걸작이라고도 불리는데요, 이런 건축물도 이미 우리 기업들은 만들 수 있습니다. 더 라인이 가능할 것 같기도 하네요!

그래서, 네옴시티는 가능할까

네옴시티는 어떻게든 진행될 것 같아요. 빈 살만 입장에서 비전 2030의 성공과 함께 네옴시티 구현은 자신의 리더십을 전 세계에 보여주고 향후 왕권을 강화할 수 있는 관문일 테니까요. 

다만 '더 라인'과 같은 건축물이 실제 구축이 가능한가, 라는 의문은 여전히 남아있습니다. 국내 대기업 건설사에 있는 엔지니어와 관련 전문가들에게 물었는데요, 대부분 비슷한 답을 줬어요. 현재로서는 가능 여부를 따지기가 상당히 어렵다고요. 이유는 다음과 같아요.

대형 건축물을 지을 때는 지질조건, 기후 등은 물론 하수도와 같은 기반 시설에 대한 데이터가 필요합니다. 이를 기반으로 건설사들은 모형을 지어보고 가능성을 확인합니다. 아직 네옴시티와 관련해서는 이 정도의 데이터가 없다고 합니다. 

 

물론 더 라인 외에 신달라, 트로제나와 같은 관광단지 조성은 가능할 것 같다는 의견이 우세하다고 해요. 트로제나에 쌓일 인공눈이 얼마나 제 역할을 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하겠지만요. 

한국에는 기회? 

사우디는 올해 말부터 전 세계를 돌아다니면서 네옴시티 투자 설명회를 연다고 하는데요, 이 과정에서 보다 구체적인 계획이 나올 것으로 보고 있어요. 내년부터는 신달라의 개장과 함께 본격적인 '네옴시티 입찰'이 시작될 거고, 그때가 되면 윤곽이 조금씩 짙어질 것 같습니다.

 

네옴시티와 관련해 국내 많은 기업이 사우디와 MOU를 맺었다는 보도를 보신 적이 있으실 거예요. 해당 기업 몇 곳에 문의했더니 "단순히 MOU일 뿐 아직 구체적인 계획, 입찰과 관련해 진행되고 있는 일은 없다"고 합니다. 

 

본격적인 수주전이 시작되면 초고층 건물 경험이 많은 한국에는 호재가 될까요? 현재로서는 조심스럽습니다. 1970년대, 중동 산유국의 경기 호황이 이어지자 한국은 고속도로를 비롯해 여러 건설 공사 수주를 기반으로 외화를 벌었어요. '중동 건설 붐'이라고 표현하기도 합니다. 수주를 하면 돈을 받고 그에 맞춰 사람과 장비를 보내고 난 뒤 이익을 남겼죠. 

 

지금은 달라졌어요. 네옴시티 건설에는 수백조, 아니 1000조원 이상의 자금이 투입될 것으로 보입니다. 아무리 오일 머니가 가득한 사우디라 하더라도 이 많은 돈을 투자하기는 쉽지 않아요. 

 

따라서 네옴시티 건설에 참여하는 기업이 '지분 투자' 성격으로 돈을 보태 공사를 하고, 완공이 되고 난 뒤 이익을 공유하는 형태가 될 거예요. 즉, 입찰할 때 기업들은 자세히, 사업성 검토를 해야 할 겁니다. 

더 따져봐야 할 요인, 사우디의 외교

네옴시티는 사우디 혼자만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사우디 역시 네옴시티에는 많은 기업, 국가의 투자가 동반되어야 한다고 이야기하고 있어요. 즉, 사우디의 '외교' 역시 네옴시티의 성패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될 겁니다. 

더 라인에 수용 가능한 인원이 900만 명인데, 사우디 인구가 3500만명이예요. 해외에서 많은 사람이 들어와야만 합니다. 또한 네옴시티에는 세계적인 대학과 함께 첨단 기업들이 대거 들어서게끔 조성한다고 하는데요, 이를 위해서는 미국 유럽 아시아 등 전 세계에서 많은 인재들이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어야 합니다.

 

만약 사우디가 중국 러시아와 가깝게 지내고 미국을 배척한다면, 반대로 미국과 가깝게 지내고 반미 국가들을 배척한다면, 네옴시티의 성공 가능성은 그만큼 떨어질 거예요. 

 

최근 들어 사우디와 함께 미국, 중국, 그리고 러시아의 움직임을 잘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사우디의 존재감은 최근 점점 커지고 있는 듯 보입니다. 

 

빈 살만을 향해 "국제적인 왕따로 만들겠다"고 강하게 비판했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사우디를 방문해 석유 '증산'을 부탁합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유가가 오른 상황에서 미국이 기댈 곳은 사우디밖에 없던 거죠. 

 

하지만 OPEC+는 감산을 결정합니다. OPEC+를 실질적으로 이끄는 나라는  역시 사우디고요. 그리고 중국, 러시아에 미소를 보내며 미국을 압박하는 모양새에요. 이달 인도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빈 살만 과의 회담도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어요.

 

만약 만나게 된다면, 이 자리에서 이스라엘과 사우디의 관계 정상화와 관련된 합의가 있을 것이라는 추측도 나옵니다. 중동의 맹주인 사우디와 이스라엘과의 관계가 정상화된다면 중동 평화와 관련, 역사적인 합의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석유가 고픈 미국, 중국과 러시아를 끌어들여 미국을 압박하는 사우디.

그 과정에서 미국의 중재로 사우디와 이스라엘이 관계 정상화 합의가 이뤄진다면?

중동에는 평화가 올 테고 미국은 석유를 얻을 겁니다.

사우디는 이와 함께 미국의 군사력에 기대어 안전을 보장받을 수 있고요. 물론 쉽지 않은 일이지만요.

 
만약 이런 일이 발생한다면, 빈 살만의 외교력은 인정받을 테고, 네옴시티의 성공 가능성도 커지지 않을까요. 

 

출처: 미라클레터 원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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