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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시경제 이야기

주가 최고치, 성장률 상승...일본 경제에 무슨 일이?

by JKOO 2023. 6.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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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잃어버린 30년에서 탈출할 수 있을까?

일본 경제가 꿈틀대고 있다. 우리는 1990년대 이후 일본 경제는 늘 침체국면이고 일본 기업들은 늘 변화에 더딜 것이라는 선입관을 갖고 있었다. 일본 경제가 잃어버린 20년을 넘어 잃어버린 30년으로 가고 있다는 말도 흔하게 들렸다. 하지만 2023년 들어 드러나는 각종 경제지표는 이런 선입견을 깨버렸다. 1분기 일본의 국내총생산(GDP)성장률은 전기 대비 0.4%를 기록해 한국을 능가했다

 

만성적인 디플레이션 국가로 여겨졌지만 일본의 소비자물가는 2022 4월 이후 매월 전년동기 대비 2%가 넘는 상승률을 기록하면서 디플레에서 탈피하는 모습이다. 특히 일본 주식시장에서 닛케이225 지수는 3만포인트를 넘어서며 30년 만에 최대치 기록을 갱신했다. 일본 경제가 잃어버린 30년에서 탈피하는 구조적 변화가 일어난 것인가, 아니면 코로나19의 엔데믹에 따른 일시적인 반등인가

 

다음은 일본 경제에 정통한 이지평 한국 외국어대학교 교수와 박상준 일본 와세다대 교수의 인터뷰 내용이다.

 

최근 일본 지표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이 주가다. 주가 상승의 이유는?

 

-(이지평 교수) 기업들의 구조조정 성과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일본 대기업들은 지난 20년간 조금씩 구조조정을 해왔다. 예를 들어 신일본제철의 경우 20년간 신입사원 채용을 하지 않았다. 정년에 따른 자연감소분을 감안하면 인력 구조조정이 20년간 이뤄진 것이다. 이 결과 인력은 줄었고 1인당 생산성은 1.3배 정도 향상됐다.  2012년 이후 무제한 돈 풀기와 규제 완화를 내세운 아베노믹스로 엔화가 약세를 보이고 기업 투자 환경은 개선됐다

 

이 시기를 거치면서 일본 기업들의 수익성은 개선됐지만 일본 내 투자를 늘리지 않아 내부 유보금이 늘었다. 대신 기업들은 이 돈으로 해외투자를 늘리고 인수합병(M&A)도 활발히 진행했다. 이로 인해 해외소득수지가 개선되고 있다. 또 주주친화 경영도 강화하면서 자사주 매입도 늘렸다. 이런 노력이 효과를 발휘하고 있는 것이다.

 

일본 경제는 구조적인 변화를 겪고 있는가

 

-(박상준 교수) 구조적인 변화라기보다는 지난 10년간 있었던 변화를 한국이 지금 인식한 것이다. 거시경제적인 문제인 인구 감소, 고령화, 경제 활력 저하 등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다만 일본 기업은 2010년부터 재생·혁신을 통한 돌파구를 마련해왔다

 

이는 한국에 잘 알려지지 않았다. 예를 들어 소니는 2017년부터 최대 실적을 경신해오고 있다. 최근 2년간 일본 기업 최초로 1조엔 넘는 영업이익을 올렸다. 이런 기업들의 변화 노력이 성과를 거두면서 올 들어 세상에 알려지고 있다.

 

일본에 대한 외국인 투자도 활발하다. 이유는

 

-(박 교수미국의 가장 큰 투자 회사인 블랙스톤은 지난 3~4년간 일본의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을 위한 데이터센터 설립과 일본 관광호텔 건설 등에 투자했다. 일본은 아직 2019, 2018년도 수준까지는 회복하지는 못했지만 한국에 비해 관광객이 많이 늘고 있다. 이에 따라 관광, 레저 등 산업이 호황을 맞고 있다

 

또 일본 개인들은 저축이 많다. 일본 개인들의 연금 투자를 외국계 투자회사들이 굴리는 경우도 많아 이런 부분 역시 외국인 투자 확대로 보여진다.

 

일본 거시경제 지표에 대한 생각은

 

-(박 교수) 1분기 국내총생산(GDP)성장률은 0.4%(전기 대비)로 플러스를 기록했다. 올해 성장률은 2%에는 못 미치고 1%는 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경제 분위기는 좋다. 무역수지는 적자지만 일본은 한국만큼 무역수지가 큰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다. 일본 기업들은 해외 현지 생산과 판매를 늘리고 있다. 도요타는 20개 나라에서 성장하고 있고 해외 생산 판매가 50%를 넘는다

 

일본은 2011~2015년 무역적자를 기록했지만 2013~15년에 일본 기업들 실적은 회복됐다. 거시경제 지표와 기업의 실적이 반드시 같은 방향으로 가는 것은 아니다. 고용과 실업률은 거시지표 보다는 기업의 실적과 연계된다. 기업 실적이 좋으면 고용도 호전되고 범죄율과 자살률은 낮아진다. 이런 분위기가 일본 사회를 평온하게 만든다.

 

일본 경제에 대한 전망은 어떤가

 

-(이 교수일본 경제의 잠재성장률은 0.5~0.8% 정도로 보고 있다. 올해 1분기 전기 대비 성장률 0.4%를 연율로 환산하면 1.6% 안팎이다. 이는 잠재성장률보다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올해는 물론 내년까지 일본 경제는 잠재성장률을 상회하는 1%대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최근 성장률 증가는 코로나19로 침체가 심해진 것에 따른 기저효과도 있다. 장기적으로 일본 경제는 고령화와 인구 감소에 따른 잠재성장률 하락이 문제가 될 것이다. 잠재성장률 자체가 마이너스가 될 수도 있다. 일본에서는 노화를 막는 장수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이처럼 획기적인 기술이 나오면 잠재성장률 하락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일본 금융시장에 대한 평가는

 

-(박 교수일본의 정부 부채가 너무 많다. 이 때문에 인플레 압력이 거세지는데 금리를 올리지 못하고 있다. 일본은 장기금리를 연0.5%로 계속 유지하고 있다. 돈은 여전히 많이 풀린 상태다. 부동산 시장과 주식시장의 상승세는 유동성 효과에 기인하는 측면도 있다. 하지만 일본의 양적완화는 한계에 도달했다. 금리를 올리지 않을 수 없다. 금리 인상은 부동산과 주식시장에 충격을 줄 것이고 이것이 일본은행의 고민이다

 

이런 점에서 금융이나 거시가 위태로운 측면이 있다. 현재 일본 경제는 65세 된 노인이 건강관리를 잘 하고 있는 것이다. 당뇨와 고혈압 같은 질병은 있다. 이 때문에 조금만 잘못하면 고혈압으로 쓰러질 수 있다. 한마디로 관리를 잘 하는 지병이 있는 노인 같은 경제다.

 

-(이 교수현재 일본의 금리는 너무 낮은 상태다. 하지만 일본 중앙은행은 포워드 가이던스를 통해 당장 금리를 올리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천천히 검토해 나갈 것이다. 하지만 검토를 충분히 한 후에는 금리를 올리는 쪽으로 방향을 잡을 것이다. 대형은행들을 위주로 일본 은행들의 경영 상태가 미국이나 다른 나라에 비해서 안전하다는 것은 장점이다.

 

일본은 '잃어버린 30'을 탈피한 것인가

 

-(박 교수) 경제학자 입장에서 일본 경제를 볼 때 '잃어버린 20, 이를 회복한 10'이라고 말하고 싶다. 특히 기업들은 지난 10년 동안 꾸준히 개선됐다. 이 기간 동안 기업들은 재생에 성공했고 이런 움직임이 일본 경제의 하락을 멈추게 한 요인이다.

 

-(이 교수) 일본 경제의 잃어버린 30년은 디플레이션과 경제성장률이 잠재성장률 밑으로 떨어진 것으로 상징된다. 지금은 디플레이션은 멈췄고 성장률도 잠재성장률보다 높다. 이런 점에서 '잃어버린 30'은 끝났다고 볼 수 있다. 1990년부터 2020년까지가 잃어버린 30년 기간이다.

 

일본 기업들의 리쇼어링(본국 회귀)도 눈에 띈다.

 

-(이 교수세계 경제 환경이 변하고 있다. 일본 기업들이 중국으로 많이 갔는데 미중 갈등과 이에 따른 미일관계 변화로 더 이상 중국에서 사업하기 힘들어지고 있다. 이런 기업들이 동남아로 가거나 일본으로 돌아오고 있다. 경제안보 차원의 움직임이다

 

일본 내에서는 그린이노베이션 등과 관련해 정부와 경제단체가 공동으로 투자를 늘리고 해외투자를 유치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런 현상도 리쇼어링을 촉발하는 원인이다.

 

일본 정부의 정책에 대한 평가는

 

-(박 교수) 일본 정부 경제정책과 관련해서는 우왕좌왕 했다. 그러다가 미중 마찰이 심해지고 반도체 등 공급망 문제가 표면화되자 여러 가지 노력을 했다. 대만의 반도체기업 TSMC의 투자를 유치하고 일본 반도체 파운더리 기업 라피더스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는 데에도 일본 정부가 역할을 했다

 

기시다 일본 총리는 삼성 이재용 회장을 포함해서 글로벌 반도체 기업 CEO 면담하기도 했다. 일본 정부는 자국을 반도체 허브로 만들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나름대로 결실도 있고 분위기도 좋은 편이다.

 

-(이 교수일본 기시다 정부는 '신자본주의' 정책을 내놨다. 이는 아베노믹스처럼 기업의 성장을 강조하는 것이 아니라 분배를 강조하는 정책이다. 임금을 올리고 인적자원에 대한 교육 등 투자를 늘리는 것도 포함돼 있다. 요즘은 ESG경영도 강조하고 있다.

 

한일관계에 대한 생각은

 

-(박 교수현재 한일관계는 깜짝 놀랄 정도로 좋다. 일본에서도 한국의 식료품과 화장품이 빠른 속도로 침투하고 있다. 화장품의 경우 2021년까지 부동의 1위였던 프랑스 회사를 한국이 따라잡았다. 특히 일본에서 한국벤처 창업이 활발하다. 한국 벤처가 돌파구를 일본에서 찾고 있다

 

일본 대기업은 디지털전환, 온라인 유통 등의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국 벤처와 조인트 사업을 하고 있다. 한일관계는 경제적인 측면에서는 두 나라 모두 이익을 얻을 수 있는 부분이 많다. 정치적인 것과 별개로 말이다.

 

-(이 교수) 일본은 혁신에 빠른 나라가 아니다. 일본보다는 한국이 혁신이 빠르고 한국보다는 중국이 더 빠르다. 일본은 국제정세의 문제만 아니면 중국과 협업하는 것이 바람직 할 수 있다. 하지만 최근 국제정세를 봤을 때 중국과 협업을 확대하기는 어렵다

 

이런 점에서 한국이 반사이익을 올릴 수 있는 공간이 있다. 한일관계가 긴밀해지면 한국은 일본 시장에서 중국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것이다. 이런 점에서 한국과 일본이 경제적으로 가까워질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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