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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이 '축구의 신' 메시와 그리는 OTT의 미래

by JKOO 2023. 8.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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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이 ESPN을 인수한다면?

애플이 늦어도 내년 상반기 안에 세계적인 스포츠 채널 ESPN 인수전에 뛰어들 수 있다는 전망이 최근 나왔어요. 메시의 활약으로 애플TV+의 구독자 수 급증, OTT 브랜드 인지도 상승, 애플 디바이스와의 시너지 등을 체감한 애플이 시장을 장악하기 위해 '공격 태세'에 나설 수 있다는 분석이죠.

전통적인 스포츠 방송 강자인 ESPN을 인수해 유료 구독자 수를 더 늘리고, 내년 출시할 혼합현실(MR) 헤드셋 '비전 프로'의 킬러 콘텐츠를 공급받을 수 있다는 게 배경으로 지목됐어요. 이에 대해 애플 전문가로 알려진 댄 아이브스 웨드부시 증권 애널리스트는 최근 "애플이 ESPN을 사는 건 시간문제"라고 언급했습니다. 애플이 스포츠에 주목하고 있고, ESPN이 애플이 원하는 것을 줄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됩니다.

ESPN의 모회사인 디즈니가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쉽게 내줄까요. 사실 디즈니는 적자 개선에 골머리를 앓고 있어요. 디즈니의 스트리밍 사업부는 지난 2분기 5억 1200만달러의 영업 손실을 기록하는 등 적자 늪에 빠져있어요. 상황이 이렇자 실적 개선을 위해 지난 2월 7000여명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구조조정에 나서기도 했죠. ESPN 역시 스타 해설자와 기자 등을 해고하는 등 체질 개선에 나선 상태고요. 미국 증권가에서 디즈니가 ESPN 콘텐츠를 판매할 전략적 파트너를 찾거나, 아예 ESPN을 통으로 매각하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다는 얘기가 흘러나온 배경입니다.

증권가에서는 애플이 ESPN을 인수할 경우 예상 비용은 500억 달러까지 언급되는데요. 이는 애플이 지금까지 기업 인수에 사용한 금액 중 가장 큰 수준입니다. 일각에서는 아마존이 ESPN의 지분 일부를 매입하는 방안에 관련한 논의가 오가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아마존과 애플이 ESPN을 놓고 경쟁을 벌일 수도 있다는 얘기죠.

애플의 '메시효과' 어떻길래

미국 스포츠 업계를 강타하고 있는 '메시효과'에 애플은 미소를 짓고 있어요. 애플은 미국 메이저리그사커(MLS)의 10년 독점 중계권을 확보하고 있죠. MLS 경기는 오직 애플의 OTT인 애플TV+를 통해서만 볼 수 있어요.

메시는 미국 진출 이후 그야말로 '넘사벽' 축구 기술을 선보이며 미국 축구 생태계 저변을 크게 넓히고 있습니다. 비단 메시가 속한 인터 마이애미 뿐 아니라 리그 전반에 걸쳐 축구 인기가 늘어나고 있는 점이 고무적이죠. 이대로 가면 축구가 미국 '5대 스포츠' 반열에 오를 수 있다는 얘기까지 나올 정도니까요. (미국은 2024년 코파아메리카, 2025년 클럽 월드컵, 2026년 월드컵 개최국입니다. 메시의 미국 진출 이후 축구판이 커질 수 있는 모든 조건이 만들어진 셈입니다.)

실제로 메시의 미국 진출 이후 애플TV+는 유료 구독자 수가 크게 늘었다고 해요. 팀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실적발표에서 "(애플TV의) 구독자 수 증가가 우리의 기대치를 뛰어넘고 있다. 메시가 인터 마이애미에 합류한 것이 우리를 도왔다"며 이미 목표치를 초과했다고 언급했어요. 인터 마이애미 구단주인 호르세 마스는 메시가 MLS에 합류하자 경기 중계 구독자 수가 2배 이상 증가했다고 엑스(X·트위터)에 썼습니다.

 

업계에서는 현재 MLS 시즌 패스의 유료 구독자 수가 이미 200만 명을 훌쩍 넘었을 것으로 보고 있어요. 더욱이 메시의 약이 계속됨에 따라 전 세계에서 유료 구독자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느는 추세죠. MLS 시즌 패스는 한 달에 14.99달러, 우리 돈으로 약 2만 2000원입니다. 애플은 애플TV+ 유료이용권과 MLS 경기를 시청할 수 있는 MLS 시즌 패스 이용권을 별개로 팔고 있어요.

메시의 인스타그램 팔로워 수는 4억 8000만 명. 이 중 1%만 MLS 경기를 유료 구독해도 480만 명이라는 계산이 나오네요. 여기에 브랜드 홍보, 오프라인 티켓과 유니폼 판매 수익 등 부가적인 경제 효과는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겠죠. 

전 세계 인스타그램 인플루언서 중 영향력 1위를 차지한 메시. 2위는 날강두

애플, MLS 중계권 두고 치열한 경쟁

애플은 지난 6월 MLS의 10년 독점 중계권 계약을 발표했어요. 애플과 MLS는 계약 금액을 공식 발표하지 않았는데, 미국 스포츠 매체 등에서는 10년간 최소 25억 달러 규모로 추정하고 있어요. 이전까지 MLS는 EPSN, 폭스채널 등 케이블TV 채널에서 중계를 해왔죠. 하지만 애플이 중계권을 따내면서 2032년까지 MLS는 TV가 아니라 OTT로만 볼 수 있는 콘텐츠가 됐어요. 애플은 현재 한국을 포함해 세계 107개국에 MLS OTT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애플은 해당 계약을 따내기까지 아마존, 워너브라더스, 디스커버리, 파라마운트 등 15개 업체와 치열한 경쟁을 했다고 해요. MLS사무국 입장에서는 계약 액수도 중요하지만, 메시 영입이라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던 애플과 손잡는 것이 최선의 선택이었을 것으로 보여져요.

MLS는 미국에서는 미식축구, 농구, 야구 등에 인기가 밀려있는 '싸커'를 메이저 스포츠 반열에 올리려는 구상을 하고 있거든요. 애플은 글로벌 최대 스포츠인 '축구'를 활용해 OTT 시장에서 단숨에 세계적인 플레이어로 올라선다는 구상이고요.

물 들어올 때 노를 저어야겠죠? 애플은 최근 메시의 인터 마이애미 입성기를 그린 다큐 시리즈를 제작한다고 밝혔어요. 앞서 애플은 올해 연례개발자회의(WWDC)에서 메시의 월드컵 '라스트 댄스'를 그린 4부작 다큐 시리즈를 제작 중이고 공개한 바 있습니다.

넷플릭스가 마이클 조던의 '더 라스트 댄스' 다큐멘터리로 전 세계적인 인지도를 쌓은 것처럼 '축구 아이콘' 메시를 통해 애플TV+의 글로벌 영향력을 높이려는 포석으로 풀이돼요.

실제로 축구 인구는 40억명에 달해 전 세계에서 영향력이 독보적인 스포츠입니다. 애플은 미국 중심의 스포츠 콘텐츠보다는 전 세계 사람들이 사랑하는 스포츠에 더 큰 관심을 보였다는 후문입니다.

OTT 시장에 찾아온 거대한 변화 

지금부터가 오늘 이야기의 핵심입니다. 애플은 앞으로 스포츠 중계 시장이 커질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스포츠 스트리밍(중계)시장의 중심이 TV에서 OTT로 넘어올 것이라는 판단이죠.

실제로 방송사 전유물로 여겨지던 스포츠 중계 시장이 OTT를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는 모양새입니다. 구독자 감소 등 성장 정체에 빠진 OTT공룡들이 라이브 스트리밍에 주목하는 것이 최근 트렌드입니다.

사실 자신이 원하는 콘텐츠를 편할 때 볼 수 있는 것이 최대 장점인 OTT에서 그동안 스포츠와 뉴스처럼 실시간 스트리밍이 중요한 콘텐츠는 영화, 드라마, 예능에 비해 뒷전으로 밀려 있었는데요. 스포츠 유료 방송사들이 OTT의 진격에도 버틸 수 있었던 이유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최근엔 주요 스포츠 경기에 따로 요금을 지불하고 시청하는 유료시청서비스(PPV)가 보편화된 미국을 중심으로 스포츠도 OTT를 통해 보는 것이 보편화하는 추세입니다. OTT 등장 초기 TV와 극장 중심의 드라마·영화 산업 파이를 가져왔다면, 이제 TV의 마지막 보루인 라이브 스트리밍(스포츠 중계, 뉴스 등)에서도 큰 변화가 이뤄질 조짐입니다. 닐슨 조사에 따르면 올해 7월 기준 전체 TV 시청률은 스트리밍이 38.7%를 차지했지만 케이TV와 공중파 TV는 각각 29.6%, 20%를 차지했습니다.

유명한 노래 제목(Video kill the radio star)처럼 TV가 라디오를 짚어 삼켰듯 마침내 OTT가 TV 자리를 완전히 빼앗게 되는 순간이 점점 다가오는 듯하네요.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애플이 굳이 비싼 돈을 들여 ESPN을 인수할 필요가 없다는 지적도 나와요. 다만 ESPN은 미국의 4대 메이저 스포츠(미식축구, 야구, 농구, 아이스하키)의 중계권을 보유하고 있어요. 애플이 2025년 NBA의 중계권 계약을 노리고 있다는 얘기도 들리네요.

스포츠는 그 자체로 킬러콘텐츠

MLS를 품은 애플TV+의 사례에서 보듯 스포츠는 그 자체로 킬러 콘텐츠가 됩니다. 메시와 같은 슈퍼스타는 세계인의 지갑을 기꺼이 열게 만들죠. 애플 비전프로와 같은 차세대 디바이스와 접목될 경우, 엄청난 시너지를 만들 수도 있고요.

더욱이 넷플릭스와 같은 기존 OTT들은 대규모 투자를 통한 오리지널 콘텐츠에서 점차 한계를 보이고 있습니다. OTT가 난무하는 시대에, 히트작을 만들어내는 게 점차 어려워지고 있죠.

이러한 변화에 베팅하는 것은 애플뿐 아닙니다. 아마존은 아마존 프라임을 통해 남자프로테니스(ATP), 미국프로풋볼(NFL),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등 주요 스포츠 콘텐츠로 발을 넓혔죠. 최근에는 넷플릭스가 올가을 셀러브리티(Celebrity) 골프 행사를 생중계하기 위한 초기 논의를 진행 중이라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계약이 수순대로 진행될 경우 이는 넷플릭스의 첫 번째 스포츠 생중계가 될 전망입니다. 이에 대해 월스트리트저널은 "새로운 수익원을 구하는 스트리밍 업체의 주요 전략적 변화 중 하나"라고 분석했습니다.

OTT 전쟁의 2막은 "누가 더 강력한 스포츠 콘텐츠를 확보하느냐"에 달려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OTT 업계 쩐의 전쟁이 스포츠로 흘러가면서 스포츠 중계권료가 크게 치솟을 조짐입니다. 이는 스포츠 생태계 전반에 대한 투자로 이어질 수 있어 선순환 효과가 이어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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